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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간절함 파고드는 '고액 알바의 덫'…나도 몰래 사기꾼 된다

2022-09-26 오전 1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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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구직사이트서 정상 기업 행세로 구직자 유혹 모르고 가담해도 '엄벌'…"의심스러우면 수락 말고 신고해야"


이력서ㆍ자기소개서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혹시 일자리 구했어요? 저희 회사 좀 소개해줄까요?"

지난 23일 오전 10시 5분께 기자가 직접 구직사이트에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시켜주세요"라며 '공개 이력서'를 올리자마자 단 1분 만에 '머니 중개업'을 한다는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방에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고 있으며, 하는 일은 고객을 만나서 자료를 받고 넘기는 '심부름'이라고 직원은 설명했다.

기자가 "무슨 자료를 배달하느냐"고 묻자 "코로나19 때문에 대출받은 사람들이 많고, 연체된 분도 계셔서 그런 분들에게 대출해드리는데 서류를 좀 받아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가다가 현찰도 2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 받으실 수 있다. 왜냐하면 신용불량자들도 좀 계시잖아요"라는 말도 슬쩍 끼워 넣었다.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5일 근무에 교통비 지원, 월급 150만∼200만원, 건당 10만원 정도의 추가 수당 등 귀가 솔깃한 조건을 내세웠지만 "이사님이 바쁘다"며 셀카 사진과 신분증 사진만 보내면 전화 면접으로 채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기자가 "고민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은 뒤 스팸 전화번호 검색 사이트에서 이 직원의 번호를 검색하자 '보이스피싱' 번호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취업 성공한 줄 알았는데'…덜컥 수락에 전과자 신세 전락

2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의 간절한 심리를 이용해 이들을 금융전화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경남 거제시에서 A(23)씨가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가 "시키는 일을 하면 주급으로 첫 달에 100만원, 두 번째 달에 110만원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가 보이스피싱 공범이 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강원 춘천시에서 구직 앱에 이력서를 올린 B(23)씨가 "회사나 기관 등의 의뢰를 받아 세무, 세금 업무를 대행하는 일을 하면 건당 8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됐다.

B씨는 면접도 없이 채용이 이뤄지고 수당과 비교해 하는 일이 단순해 의구심을 품었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직원의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고 돈 4천940만원을 조직에 보냈고, 결국 사기죄로 법정에 섰다.

다행히 지능지수가 일반인보다 낮은 점 등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하마터면 철창신세를 질뻔했다.

두 사람과 같은 사례는 전국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채권추심 회사부터 명품 구매 대행 회사에 심지어 법무법인까지 사칭하며 구직자들을 '고액 알바의 덫'에 옭아맨다.

'고액의 인센티브'를 주는 '대행' 업무는 대부분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에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요구하며 면접이나 대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업무를 반복적으로 지시하면서도 적지 않은 급여를 주겠다고 한다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일 확률이 거의 100%다.

피고인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모르고 시작했어도 처벌받을 수 있어…"의심되면 신고해야"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런 일에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매력적인 수입원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대면 면접 등의 절차 없이 채용하거나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급여가 높은 경우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일을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현금 수거 업무 등 의심스러운 제안은 처음부터 거절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범행에 가담한 이상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책임을 면할 수도 없다.

법원은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총책이나 범행을 주도한 조직원뿐만 아니라 초범이라도 수거책, 인출책 등 하위 조직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경찰은 구직사이트 업체 등과 협력해 정상적인 사업체로 행세하며 구직자들을 범행에 이용하는 보이스피싱의 핵심 조직원들을 추적 중이지만,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있어 뿌리뽑기가 쉽지 않다.

한 유명 구직사이트 관계자는 "공고에 대한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현금 수거 등 보이스피싱 의심 공고를 삭제 처리하고 있다"며 "취업 사기 피해 예방 공지, 지원 전 필수확인 주의사항, 안심 캠페인 등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와 비교해 급여가 높거나 사적인 연락을 통해 의심스러운 업무를 제안하는 경우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거나 거래처 대금이나 대출금 수금 등의 업무에는 응하지 말고 구직사이트 고객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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